2012. 11. 24 대청호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
도종환
당신은 본래 흙이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본래 땅이었는지 모릅니다
기껏 당신에게 눈발같은 차가움으로나 내려앉고
당신과 나의 짧은 사랑에게 겨울이 길어
아픔으로 당신에게 떨어지는 내 모든 것을
내리면 녹이고 내리면 받아 녹이던
당신은 애초부터 흙이었는지 모릅니다
쑥잎 위에 눈발이 앉습니다
아직도 우리들의 겨울은 끝나지 않았지만
밤이 가고 한낮이 오면 그 눈발을 녹여
뿌리를 굵게 키울 어린 쑥들을 바라봅니다
지금 이렇게 눈 내리고 바람 세지만
이제는 결코 겨울이 사랑보다 길지 않으리란 것을 압니다
사랑이란 이렇게 깊은 받아들임인 것을 압니다
이제 나는 누구의 흙이 되어야 하는지를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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