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2 경복궁
하늘의 신부가 된 너의 숨소리
이 어 령
지금도 너는 숨을 쉰다.
붓 끝에서 흘러나오는
글씨와 글씨 사이에
점과 점
여백과 여백 사이에
네가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폐에 물이 찬 가쁜
숨소리가 아니다.
긴 겨울밤 문풍지를 울리는
고통의 한숨소리가 아니다.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천사들이 뿌리는 꽃가루처럼
찬란한 햇빛이다.
너는 하늘의 신부
숨을 쉬어라.
찬미가와 찬미가 사이에
너의 남기고 간 말소리가 있다.
페달을 밟듯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교회의 파이프오르간 같은
너의 숨소리를 듣는다.
네가 남기고 간 말과 말사이
숨과 그 숨 사이에
이땅에서 우리와 함께 숨 쉬던
너의 호흡이 있다.
하늘의 신부가 되려고
벗어 놓고 간 너의 의상
이 책 속에서
지금도 너는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