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달 - 신경림
돌 깨는 소리 멎은 지 오래인
채석장 뒤 산동네 예배당엔
너무 높아서 하느님도 오지 않는 걸까
아이들과 함께 끌려간 전도사는
성탄절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블록 담벼락에 그려진
십자가만 찬바람에 선명하다
눈도 오지 않는 성탄절날 새벽
복받은 자들만의 찬송가 소리는
큰 동네에서 큰 교회에서
골목을 타고 뱀처럼 기어올라와
가난을 어리석음을 비웃고 놀리는데
새벽달은 예배당 안을 들여다보는구나
갈 곳 없어 시멘트 바닥에
서로 안고 누운 가난한 연인들을 깨우면서
저 찬송가 소리 산동네 덮기 전에
일어나라고 일어나라고
가만가만히 흔들어 깨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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