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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담쟁이 - 문정희​

by 해선 잠보 2023. 6. 2.

담쟁이 - 문정희

잊어버리리

담쟁이 잎처럼 무성히 띄운

그대 편지 속의 푸른 눈빛을

밤마다 뻗어가던 그리움

하늘에 닿아

어디쯤 별이 되었을 그 시간을

애석한 손목처럼 놓아버리리

지는 해 아래

소리없이 여의어 가는

담쟁이를 보리

허공에 매달아 놓은 휘파람 소리

전신으로 끌어안던 질긴 사랑

모두 풀어버리고

하나의 위로처럼 빈 들녘으로

사라져가는

꿋꿋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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