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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갈대 - 마종기

by 해선 잠보 2023. 6. 6.

갈대 - 마종기

바람 센 도로변이나 먼 강변에 사는

생각없는 갈대들은 왜 키가 같을까.

몇 개만 키가 크면 바람에 머리 잘려나가고

몇 개만 작으면 햇살이 없어 말라버리고

죽는 것 쉽게 전염되는 것까지 알고 있는지,

서로 머리 맞대고 같이 자라는 갈대.

긴 갈대는 겸손하게 머리 자주 숙이고

부자도 가난뱅이도 같은 박자로 춤을 춘다.

항간의 나쁜 소문이야 허리 속에 감추고

동서남북 친구들과 같은 키로 키들거리며

서로 잡아주면서 같이 자는 갈대밭,

아, 갈대밭, 같이 늙고 싶은 상쾌한 잔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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