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갈대 - 이정록​

by 해선 잠보 2023. 6. 6.

갈대 - 이정록

겨울 강, 그 두꺼운

얼음종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저 마른 붓은 일획이 없다

발목까지 강줄기를 끌어올린 다음에라야

붓을 꺾지마는, 초록 위에 어찌 초록을 덧대랴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일획도 없이

강물을 찍고 있을 것이지마는,

오죽하면 붓대 사이로 새가 날고

바람이 둥지를 틀겠는가마는, 무릇

문장은 마른 붓 같아야 한다고

그 누가 一筆도 없이 揮之하는가

서걱서걱, 얼음종이 밑에 손을 넣고

물고기비늘에 먹을 갈고 있는가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대 - 조동례  (0) 2023.06.06
갈대 - 마종기  (0) 2023.06.06
갈대밭에서 - 박재삼​  (0) 2023.06.06
순천만 갈대숲 - 복효근  (0) 2023.06.06
전생의 모습 - 이윤학  (0) 202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