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다방 앞에서 - 김해자
퇴근길 다방 입구에 쪼그려 앉아 너를 기다린다
누구는 부평 역에서 도장 파는 걸 보았다 하고
주안에서 찌라시 돌리는 걸 보았다 하고 누구는
국수를 맛깔스럽게 말던 노모와 함께 인절미 파는 걸 보았다 하는데
교통사고로 고장난 기억 이끌고 얼굴마다 찾아다니던 흉터투성이 얼굴,
포장마차 흐릿한 불빛 새로 바로 엊그제인 듯 말갛게 비쳐온다
감방에서 배운 기술 들고 찾아다니던 그해 겨울,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 없는 공장 문
공단 길 끼고 걸으면 치욕처럼 배가 고파왔다던,
네 눈물 새로 흉터는 도드라지고
분칠할 학력도 주변머리도 없던 네게 쏟아지던 겨울비,
딱지 아물지 않은 붉은 상처 게워내며
오늘도 비는 내리고 너는 끝내 오지 않고
석 달째 농성 중인 건너편 산곡동 성당에는
빛 바랜 플래카드
만장처럼 휘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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