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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단풍 - 박성우​

by 해선 잠보 2023. 6. 13.

단풍 - 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