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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땅에서 - 김용택

by 해선 잠보 2024. 8. 26.

땅에서 - 김용택

그대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저무는 강으로 갑니다

소리 없이 저물어 가는

물 가까이 저물며

강물을 따라 걸으면

저물수록 그리움은 차올라

출렁거리며 강 깊은 데로 가

강 깊이 쌓이고

물은 빨리 흐릅니다

그대여

더 저물 길이 막혀

내 가만히 숨 멈춰

두려움으로 섰을 때

문득 저물어 함께 떠나는

저기 저 물과 소리

아, 오늘은 나도 몰래

어제보다 한 발짝 먼 데까지

저물어 섰는

나를 보겠네 땅을 보겠네

발밑 우리 땅을 보겠네

알겠네 그대여

사랑은 이렇게 한 발짝씩 늘려

우리 땅을 얻는 기쁨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저녁 노을 떠나가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저 푸른 물결 와 닿는

우리 땅을 찾아

우리 땅에 들어서는

설레는 가슴

이렇게 한없이 떨리는 기쁨이라고

그대여

그대 어두워 발 다치는 저문 강 길로

저물어 와 우리 같이 설 때까지

나는 끝없이 피 흘리며

우리 땅을 넓히고

그대는 물 같은 고른 사랑으로 와야 하리

그대 가만히 불러 보면

이 땅 어느 끝에서나

그 보드라운 물결 같은 가슴으로

물결쳐 오는

땅끝에서

다친 발 내려다보며

어둔 땅을 향해 피 흘리는

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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