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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나무 - 김용택​

by 해선 잠보 2024. 8. 27.

나무 -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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