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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by 해선 잠보 2024. 9. 19.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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