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 박수현
수많은 십자가를 보았다
산 딸 나무가 밀어 올린 작은 십자가들
몸 구석구석
얼마나 많은 어둠을 밟고 왔는지
한 때 사랑이었고 배반이었고 치욕이었던 것들이
나무 우듬지마다 가득하다
사함 받지 못할 죄가 많아서인지
네 장의 흰 꽃차례마다 담긴 울음이 너무 환해
지구 저편이 또 맑게 물든다
한번쯤, 지나쳐 온 어둠 따윈 내팽개쳐도 된다고
입술이 휘도록 자꾸 내 귀에
속삭이는 검은 중절모 눌러 쓴 저 말씀
이곳 유대인 마을은 지금 산 딸 나무 꽃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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