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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십자가의 길 - 김귀녀​

by 해선 잠보 2024. 10. 31.

십자가의 길 - 김귀녀

황사가 담벽을 돌아가는

작은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채

깃발로 변한 오징어

골고다 십자가

주님의 아픔을 닮았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보고 읽고 들어도

욕심의 저울 위에 올리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부족한 믿음

넓은 길 걸어가는

죄인임을 고백하며

욕심에 젖은 입술 깨물어 본다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늘 쫓기는 듯한 마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던

그분을 떠올리며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오징어처럼

십자가의 길 침묵으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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