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래요 – 박목월 (0) | 2024.11.07 |
---|---|
입추 - 안도현 (0) | 2024.11.07 |
멀리서 빈다 – 나태주 (0) | 2024.11.06 |
나뭇잎들은 – 손광세 (0) | 2024.11.05 |
가을 밤 – 방정환 (0) | 2024.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