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 까마귀 - 최금진
우리가 누군 줄 알아
도둑도 거지도 아닌
졸지에 까마귀가 되어버린 심정이 어떤 줄 알아
무엇이든 움켜쥐고 싶었으나 다 놓치고
그저 아침부터 재수 없이 짖어대는
세상 잡것이 된 사연
우리는 거리에서 날아온 시커먼 부고장
썩은 고기 냄새
마귀, 까마귀
까옥 까옥, 지옥을 응시하는 기분으로
겨울 추위 속에 앉아 몸을 웅크릴 때마다
살아있으나 죄짓는 기분이 어떤 줄 알아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 찌꺼기를 주워 가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는
시청 주변 상가로 모여드는
떨거지들, 행려병자들, 패배자들
우리가 누군 줄 알아
우리는 하늘과 땅을 떠도는 도둑과 거지의 신
멋과 낭만이 흐르는 세상 어디에서나
카악 퉤, 재수가 없는
마귀,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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