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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by 해선 잠보 2024. 11. 22.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집 쪽으로 다급하게 몰고 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는 밤의 물컹한 살을 한 움큼

움켜쥐며 걸었을 것을 아니 내 눈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 저편, 그 너머까지

탐색했을지도 모를 것을

지나가는 사람들 없는 사이

무릎까지 바지를 끌어내리고 오줌을 눈다

오줌을 누는 것은 대지와의 정사 혹은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

다시 오줌이 마려워오는 순간이 오기까지

내 속이 잠시나마 환해지는 일

우두커니 서 있던

나무가 부르르 떤다

놀라워라,

일탈의 쾌감이 내(川)를 이뤄

이렇듯 밤의 대지를 뜨겁게 적실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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