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공허 - 오경택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 추프랑카 (0) | 2024.12.11 |
---|---|
입동(立冬)에 부르는 노래 - 홍수희 (0) | 2024.12.11 |
12월은 - 하영순 (0) | 2024.12.10 |
가을날 - 이시영 (0) | 2024.12.09 |
바다 판각 기행 - 문정영 (0) | 2024.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