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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12월의 공허 - 오경택

by 해선 잠보 2024. 12. 10.

12월의 공허 - 오경택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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