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비 - 류기봉
채마밭에 알타리무꽃이 진다.
아버지의 손등으로 떨어지는
가을 햇살
내가 여주 은모래 강가에서 만나 눈시울 젖던
어둠 속을 뛰쳐나온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자 내 목숨이 흔들린다.
밭두렁에 고꾸라진 땀에 젖는
농부의 어깨 위에서 출렁이는
나비 저 슬픔의
저무는 해
한강을 건나갔던 취기의 여우비
가냘픈 내 어깨를 허물고 있다.
내가 여름 내내 놓쳐버린
하이얀 바람
조간의 머릿기사 '재정경제원 장관 농업투자예산 대폭 삭감'
또 내 목숨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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