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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여우비 - 류기봉​​

by 해선 잠보 2021. 6. 9.

여우비 - 류기봉

 

 

채마밭에 알타리무꽃이 진다.

아버지의 손등으로 떨어지는

가을 햇살

내가 여주 은모래 강가에서 만나 눈시울 젖던

어둠 속을 뛰쳐나온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자 내 목숨이 흔들린다.

밭두렁에 고꾸라진 땀에 젖는

농부의 어깨 위에서 출렁이는

나비 저 슬픔의

저무는 해

한강을 건나갔던 취기의 여우비

가냘픈 내 어깨를 허물고 있다.

내가 여름 내내 놓쳐버린

하이얀 바람

조간의 머릿기사 '재정경제원 장관 농업투자예산 대폭 삭감'

또 내 목숨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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