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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눈사람 - 심가연

by 해선 잠보 2021. 7. 8.

 

눈사람 - 심가연

 

 

하얀 세상

소리 없는 눈송이는 발자국을 덮으면서

너른 도화지를 펴 놓았다

 

 

나무를 등대 삼아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오른 산중턱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한숨을 돌리자 일어나는 욕심

지팡이 길게 뽑아 나의 거실을 그린다.

흡족한 마음으로 들어앉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는데

내 발자국

발자국이 비틀거리며 나를 붙든다

날리는 눈송이에 사라져가는 발자국이

나의 부재가 자연스러울 어느 날이

 

 

꽉 쥐고 있던 주먹이 열린다

갖가지 색깔로 스멀대던 욕심들이 제 빛을 잃고

손바닥에서 송이송이 날아오르며

나무 숨소리에 떨고 있다

 

 

너른 도화지 속

키 큰 나무 아래

눈사람 하나 앉아 있다

눈을 깜박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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