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사람 - 심가연
하얀 세상
소리 없는 눈송이는 발자국을 덮으면서
너른 도화지를 펴 놓았다
나무를 등대 삼아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오른 산중턱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한숨을 돌리자 일어나는 욕심
지팡이 길게 뽑아 나의 거실을 그린다.
흡족한 마음으로 들어앉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는데
내 발자국
발자국이 비틀거리며 나를 붙든다
날리는 눈송이에 사라져가는 발자국이
나의 부재가 자연스러울 어느 날이
꽉 쥐고 있던 주먹이 열린다
갖가지 색깔로 스멀대던 욕심들이 제 빛을 잃고
손바닥에서 송이송이 날아오르며
나무 숨소리에 떨고 있다
너른 도화지 속
키 큰 나무 아래
눈사람 하나 앉아 있다
눈을 깜박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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