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섣달그믐날 - 심가연

by 해선 잠보 2021. 7. 8.

 

섣달그믐날 - 심가연

 

 

극락전 앞 종각에서 굿판 벌어지려나

첩첩산중 골짝의 눈물들이 모여든다

팔 다리 없는 이들은

허리에 감긴 칡넝쿨을 질질 끌며

아프다 아프다 하고

악몽에 갇힌 이 부릅뜬 눈 감기지 않네

소리소리 질려대는 이들은

제소리 듣지 못하는 귀 없는 영혼이다

 

열어 주소 열어 주소

극락 문 열어 주소

눈도 귀도 없는 영혼 생사고해 건너 주소

떠도는 영혼 어루만져 열반산에 인도 하소

제 몸 바숴져라 종루 네 귀퉁이에서

한나절을 쉬지 않고

제를 올리던 풍경이 드러눕고서야

바람도 소리도 아닌

누가 저들을 데려가고 있다

 

아무렴, 내일은 종소리가 맑아질 것이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나무 - 박경옥  (0) 2021.07.08
눈사람 - 심가연  (0) 2021.07.08
새아침에 - 조지훈  (0) 2021.07.08
뿌리 - 백승우  (0) 2021.07.08
꽃을 위한 서시(序詩) - 김춘수  (0)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