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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담쟁이 - 조은​

by 해선 잠보 2023. 6. 4.

담쟁이 - 조은

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나를 가두었던 것들을 저 안쪽에 두고

내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도 먼 데서 오는 바람에

내 몸은 뒤집히고, 밤은 무섭고, 달빛은

면도처럼 나를 긁는다

나는 안다

나를 여기로 이끈 생각은 먼 곳을 보게 하고

어떤 생각은 몸을 굳게 하거나

뒷걸음질치게 한다

아, 겹겹의 내 흔적을 깔고 떨고 있는

여기까지는 수없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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