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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오양 - 이경호

by 해선 잠보 2023. 6. 8.

오양 - 이경호

만선의 깃발을 세우고 싶었다

한 번만 목숨 걸고 배를 타면

다시는 배를 타지 않겠노라 했다

눈물의 배는 정박하면서

긴 잠을 자고 싶었다, 그러나

스물 네 시간 배를 타야만 했다

대전에서도 만만찮은 몸값을 받았는데

만선의 뱃노래 부르지도 못하고

줄에 매달려 여기까지 왔다

단돈 칠백만 원 때문에

뭉칫돈 노린 보자기에

남정네를 씻어주며

비린내 밴 처녀막도 바다에 버리고

오늘도 찻잔 들고 배달을 간다

섬에 가면 아가씨가 예쁘다는 소문은

뱃고동에 실려 바닷가를 떠돌고

텅빈 가슴

잦은 황사로 뿌옇기만 한데

거친 파도 어둠 속에서

한 시간 만 원짜리 등대가 되는 오양은

등대다방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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