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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보리수다방​ - 김명인​

by 해선 잠보 2023. 6. 13.

보리수다방​ - 김명인

스물몇 살의 여자가 이순을 넘겨 전화를 걸어왔다

골격만 앙상한 출렁다리 되짚고 오는

밑도 끝도 없는 추락에 관해 듣다가

웬 공배인가 싶어 40년을 몽땅 제하고

이태 동안 무수히 들락거렸던

그 다방의 몽환 속에 혼자 앉았다

그녀를 기다리며 중얼거린다, 아득할 거라는데

조금도 설레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어떤 어긋남에 관한 이야기, 실은 보리수나무

그늘 탓이겠지, 한참 걸어오다 문득

다방 입구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안쪽에

무언가 놓고 왔다, 사정없이 짓뭉개진 약속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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