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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글

개심사

by 해선 잠보 2013. 5. 7.

 

 

 

 

2013.  05.  01

 

 

개심사(開心寺)/나태주 

  
 

풀섶길 쪼보장한 비탈길
이마에 솟는 소금물도
가끔씩 훔쳐내며 찾아갔더니
산은 제 어여쁜 가슴 복판을 수줍게 열어
절 한 채를 불러 앉히고
절집 앞 연못도 하나 만들어놓고
그 앞에 배롱나무 실하게 키워
커다란 꽃등을 밝혀 하늘을
받들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배롱나무 꽃등을 우러르는 순간
갑자기 나는 오줌이 마려웠고
부처님 만나 뵐 요량도 없이
칙간을 찾다가 찾다가
솔바람 소리 먹물로 흘러 넘친
숲 속으로 숨어들어 가 허리띠를
풀어야 했다

그건 또 어디서 날아온 모기였을까?
조그만 살점의 살 냄새를 맡고 한사코
보시(布施)를 애걸하며 달라붙는 미물을
피하기 위하여 나는 오줌 줄기를
이리로 뻗쳤다 저리로 뻗쳤다
그래야만 했으니 부처님
보시기에 그건 또 얼마나
두루 민망한 일이었을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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