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556 내가 나를 칭찬함 - 나태주 내가 나를 칭찬함 - 나태주오늘도 흰 구름을 나는흰 구름이 아니라고 억지로 우기지 않았음오늘도 풀꽃을 만나 나는 너를 알지 못한다얼굴 돌려 외면하지 않았음이것이 오늘 내가 나를 진정칭찬해주고 싶은 항목임당신도 부디 당신 자신을 칭찬해주시기 바란다. 2024. 8. 14. 눈이 내릴 것 같다 - 프랑시스 잠 눈이 내릴 것 같다 - 프랑시스 잠며칠 안에 눈이 내릴 것 같다.난로 옆에서 나는 떠올린다.작년에 있었던 슬픈 일을.왜 그러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냥 놔두세요.아무것도 아닙니다. 작년엔 내 방에서 생각에 파묻혔다.밖에는 무거운 눈이 내리고 있던 때.지금도 그때처럼 물부리 달린나무 파이프를 피우고 있다.내 오래된 떡갈나무 서랍장은언제나 좋은 냄새가 난다.그러나 나는 어리석었다.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변하지 않음에도그저 밀어내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도대체 왜 우리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까?이상하다, 눈물과 입맞춤엔 말이 없지만그 의미를 우리는 잘 안다.친구의 발소리가 다정한 말보다 더욱 정겹게 느껴지듯. 사람은 별에도 이름을 붙여주었다.별들은 이름이 없어도 되건만.어둠 속을 지나는.. 2024. 8. 14. 이런 시를 쓰고 싶다 - 용혜원 이런 시를 쓰고 싶다 - 용혜원이런 시를 쓰고 싶다들판의 풀처럼 소리 없이널리 퍼져나가는 시를 쓰고 싶다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메마른 온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싱그러운 시를 쓰고 싶다불어오는 바람처럼 어디든 불어가는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바람 같은 시를 쓰고 싶다이런 시를 쓰고 싶다바다의 파도처럼 거세게 몰아치는살아있는 생명의 시를 쓰고 싶다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처럼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정다운 시를 쓰고 싶다나무처럼 온 세상에서아름답게 우뚝 우뚝 서있는초록의 생명의 시를 쓰고 싶다 2024. 8. 14. 우리의 마은은 - 용혜원 우리의 마은은 - 용혜원우리의 마음은 노래를 한다슬플 때는 슬픔을 노래하고기쁠 때는 기쁨을 노래하고아플 때는 고통을 노래한다사랑할 때는 사랑을 노래한다우리의 마음은 악기다외로울 때는 외로움을 연주하고쓸쓸할 때는 쓸쓸함을 연주하고고독할 때는 고독을 노래하고이별할 때는 괴로움을 노래한다 2024. 8. 13. 설조(雪朝) - 조지훈 설조(雪朝) - 조지훈천산에눈이 내린 줄을창 열지 않곤모를 건가.수선화고운 뿌리가제 먼저아는 것을ㅡ밤 깊어 등불 가에자욱이 날아오던상념의나비 떼들꿈속에 그 눈을 맞으며아득한 벌판을내 홀로걸어갔거니 2024. 8. 13. 눈이 내리는 까닭 - 복효근 눈이 내리는 까닭 - 복효근실내에서 기르던 제비꽃이꽃을 맺지 아니하거든냉장고에 하루쯤 넣었다가 내놓으라고 합니다한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보지 않은 푸나무들은제 피워낼 꽃의 형상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차고 시린 눈이 꽃처럼 내리는 것은바로 그 까닭입니다잠든 푸나무 위에 내려앉아꽃의 기억들을 일깨워줍니다내 안의 꽃들을 불러외우며나 오늘 눈 맞으며 먼 길 에 돌아갑니다 2024. 8. 13. 비가 내리는 날은 - 용혜원 비가 내리는 날은 - 용혜원비가 내리는 날은비가 세상이란 악보에 떨어져음악을 만들고 있다비가 내리면온 세상이 타악기로 변한다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풀과 나무와 온 땅에 비가 떨어져타악기를 연주한다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따라연주곡이 달라진다태풍과 소나기는 세차게가랑비와 이슬비는 가볍게세상을 촉촉하게 적시며 연주를 하면타악기 연주로 음악이 가득하다비가 내리는 날은온 세상에 음악회가 열린다 2024. 8. 13. 지나가 버린 세월속에 - 용혜원 지나가 버린 세월속에 - 용혜원지나가버린 세월 속에추억이 살고 있다떠나간 사람들도 그리운 사람들도그 곳에서 언제나그 모습으로 남아있다다가오는 미래는 현실을 만들고떠나간 날들은 추억을 만든다오늘의 행복한 삶의 순간들이흘러가고 떠나간 시간들 속에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추억이 없는 사람은미래도 내일도 없다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사람은오늘과 내일을 아름답게 살아간다 2024. 8. 13. 사령(死靈) - 김수영 사령(死靈) - 김수영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正義)도 우리들의 섬세(纖細)도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2024. 8. 12.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내 연인(戀人)은 잠든 지 오래다.아마 한 천년(千年)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본홍, 연분홍, 분홍,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빛,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인제는 눈이 오누나.....눈은 와서 내려 쌓이고우리는 저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 곁에 누워 있는 여자여.네 손톱에 떠오르는 초생달에도내 연인의 꿈은 또 한번 비친다. 2024. 8. 12. 먼 곳으로 간 친구는 낮달이 되어 떠돌고 - 이시영 먼 곳으로 간 친구는 낮달이 되어 떠돌고 - 이시영 창백한 얼굴을 가리며 너는 숨는다. 부끄러워 너는 돌아와 갈 수 없다고 눈 부릅떠 보지 않겠다고. 몸을 떠는 바람. 발각된 저 대낮의 함성. 스러지는 그림자. 서녘으로는 가지 않겠다고. 이 악물며 다시는않겠다고 뿌리치는 달. 거부하는 바다. 않겠다고 않겠다고 손짤린 흰새벽. 물 속에서 가지 않는 달이 하나 떠올라, 끝내 이 땅의 어깨를껴안고 떠올라 곳곳을 떠도는구나. 2024. 8. 12. 함박눈 - 이병률 함박눈 - 이병률행색이 초라한 어르신게다가 큰 짐까지 든 그 곁을 따라 걷다가억장이 무너지는 듯하여식사는 하셨느냐고 물어요한 끼만 묵어도 되는데오늘은 두 끼나 묵었으예날은 추워마음은 미칠 것 같아담배나 몇 갑 사 드릴까 하고담배는 피우시냐고 물어요오늘은 두 끼나 묵어서안 태워도 되이예이제부터 낮달과 제비꽃이 배고파 보여도하나도 그 까닭을 모를라구요 2024. 8. 12.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9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