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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칭찬함 - 나태주​ 내가 나를 칭찬함 - 나태주​​오늘도 흰 구름을 나는흰 구름이 아니라고 억지로 우기지 않았음​오늘도 풀꽃을 만나 나는 너를 알지 못한다얼굴 돌려 외면하지 않았음​이것이 오늘 내가 나를 진정칭찬해주고 싶은 항목임​당신도 부디 당신 자신을 칭찬해주시기 바란다.​ 2024. 8. 14.
눈이 내릴 것 같다 - 프랑시스 잠 눈이 내릴 것 같다 - 프랑시스 잠​며칠 안에 눈이 내릴 것 같다.난로 옆에서 나는 떠올린다.작년에 있었던 슬픈 일을.왜 그러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냥 놔두세요.아무것도 아닙니다. 작년엔 내 방에서 생각에 파묻혔다.밖에는 무거운 눈이 내리고 있던 때.지금도 그때처럼 물부리 달린나무 파이프를 피우고 있다.내 오래된 떡갈나무 서랍장은언제나 좋은 냄새가 난다.그러나 나는 어리석었다.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변하지 않음에도그저 밀어내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도대체 왜 우리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까?이상하다, 눈물과 입맞춤엔 말이 없지만그 의미를 우리는 잘 안다.친구의 발소리가 다정한 말보다 더욱 정겹게 느껴지듯. 사람은 별에도 이름을 붙여주었다.별들은 이름이 없어도 되건만.어둠 속을 지나는.. 2024. 8. 14.
이런 시를 쓰고 싶다 - 용혜원 이런 시를 쓰고 싶다 - 용혜원​이런 시를 쓰고 싶다들판의 풀처럼 소리 없이널리 퍼져나가는 시를 쓰고 싶다​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메마른 온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싱그러운 시를 쓰고 싶다불어오는 바람처럼 어디든 불어가는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바람 같은 시를 쓰고 싶다​이런 시를 쓰고 싶다바다의 파도처럼 거세게 몰아치는살아있는 생명의 시를 쓰고 싶다​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처럼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정다운 시를 쓰고 싶다​나무처럼 온 세상에서아름답게 우뚝 우뚝 서있는초록의 생명의 시를 쓰고 싶다 2024. 8. 14.
우리의 마은은 - 용혜원 우리의 마은은 - 용혜원​우리의 마음은 노래를 한다슬플 때는 슬픔을 노래하고기쁠 때는 기쁨을 노래하고아플 때는 고통을 노래한다사랑할 때는 사랑을 노래한다​우리의 마음은 악기다외로울 때는 외로움을 연주하고쓸쓸할 때는 쓸쓸함을 연주하고고독할 때는 고독을 노래하고이별할 때는 괴로움을 노래한다 2024. 8. 13.
설조(雪朝) - 조지훈 설조(雪朝) - 조지훈​천산에눈이 내린 줄을창 열지 않곤모를 건가.​수선화고운 뿌리가제 먼저아는 것을ㅡ​밤 깊어 등불 가에자욱이 날아오던상념의나비 떼들​꿈속에 그 눈을 맞으며아득한 벌판을내 홀로걸어갔거니 2024. 8. 13.
눈이 내리는 까닭 - 복효근 눈이 내리는 까닭 - 복효근​실내에서 기르던 제비꽃이꽃을 맺지 아니하거든냉장고에 하루쯤 넣었다가 내놓으라고 합니다한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보지 않은 푸나무들은제 피워낼 꽃의 형상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차고 시린 눈이 꽃처럼 내리는 것은바로 그 까닭입니다잠든 푸나무 위에 내려앉아꽃의 기억들을 일깨워줍니다내 안의 꽃들을 불러외우며나 오늘 눈 맞으며 먼 길 에 돌아갑니다 2024. 8. 13.
비가 내리는 날은 - 용혜원 비가 내리는 날은 - 용혜원​비가 내리는 날은비가 세상이란 악보에 떨어져음악을 만들고 있다​비가 내리면온 세상이 타악기로 변한다​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풀과 나무와 온 땅에 비가 떨어져타악기를 연주한다​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따라연주곡이 달라진다​태풍과 소나기는 세차게가랑비와 이슬비는 가볍게세상을 촉촉하게 적시며 연주를 하면타악기 연주로 음악이 가득하다​비가 내리는 날은온 세상에 음악회가 열린다 2024. 8. 13.
지나가 버린 세월속에 - 용혜원 지나가 버린 세월속에 - 용혜원​지나가버린 세월 속에추억이 살고 있다​떠나간 사람들도 그리운 사람들도그 곳에서 언제나그 모습으로 남아있다​다가오는 미래는 현실을 만들고떠나간 날들은 추억을 만든다​오늘의 행복한 삶의 순간들이흘러가고 떠나간 시간들 속에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추억이 없는 사람은미래도 내일도 없다​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사람은오늘과 내일을 아름답게 살아간다 2024. 8. 13.
사령(死靈) - 김수영​​ 사령(死靈) - 김수영​​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正義)도 우리들의 섬세(纖細)도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 2024. 8. 12.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눈 오시는 날 - 서정주 ​내 연인(戀人)은 잠든 지 오래다.아마 한 천년(千年)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본홍, 연분홍, 분홍,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빛,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인제는 눈이 오누나.....눈은 와서 내려 쌓이고우리는 저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 곁에 누워 있는 여자여.네 손톱에 떠오르는 초생달에도내 연인의 꿈은 또 한번 비친다. 2024. 8. 12.
먼 곳으로 간 친구는 낮달이 되어 떠돌고 - 이시영 먼 곳으로 간 친구는 낮달이 되어 떠돌고 - 이시영​ 창백한 얼굴을 가리며 너는 숨는다. 부끄러워 너는 돌아와 갈 수 없다고 눈 부릅떠 보지 않겠다고. 몸을 떠는 바람. 발각된 저 대낮의 함성. 스러지는 그림자. 서녘으로는 가지 않겠다고. 이 악물며 다시는않겠다고 뿌리치는 달. 거부하는 바다. 않겠다고 않겠다고 손짤린 흰새벽. 물 속에서 가지 않는 달이 하나 떠올라, 끝내 이 땅의 어깨를껴안고 떠올라 곳곳을 떠도는구나. 2024. 8. 12.
함박눈 - 이병률 함박눈 - 이병률​행색이 초라한 어르신게다가 큰 짐까지 든 그 곁을 따라 걷다가억장이 무너지는 듯하여식사는 하셨느냐고 물어요​한 끼만 묵어도 되는데오늘은 두 끼나 묵었으예​날은 추워마음은 미칠 것 같아담배나 몇 갑 사 드릴까 하고담배는 피우시냐고 물어요​오늘은 두 끼나 묵어서안 태워도 되이예​이제부터 낮달과 제비꽃이 배고파 보여도하나도 그 까닭을 모를라구요 2024.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