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556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참 좋은 당신 - 김용택어느 봄날당신의 사랑으로응달지던 내 뒤란에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나는 보았습니다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어둠을 건너온 자만이만들 수 있는밝고 환한 빛으로내 앞에 서서들꽃처럼 깨끗하게웃었지요아,생각만 해도참좋은당신 2024. 8. 22. 빈집 - 기형도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2024. 8. 22. 진눈깨비 - 기형도 진눈깨비 - 기형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적이 있다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 2024. 8. 21. 새 - 임강빈 새 - 임강빈언제부터인가 새는 울고 있거나 아니면 참회(懺悔) 하는 노래일 것이다. 또는 자비(慈悲)와 같은 그런 웃음이나마 직직 새겨가는 것인가.울고 있는 것인지 웃음 같은 것인지 스스로 분간 못하는 새. 차라리 자유롭지 않아도 좋았을 날개를 또 한 번 하늘 높이 펴보는 것이다. 2024. 8. 21. 붓꽃 - 나태주 붓꽃 - 나태주슬픔의 길은명주실 가닥처럼이나가늘고 길다때로 산을 넘고강을 따라가지만슬픔의 손은유리잔처럼이나차고도 맑다자주 풀숲에서 서성이고강물 속으로 몸을 풀지만슬픔에 손목 잡혀 멀리멀리까지 갔다가돌아온 그대오늘은 문득 하늘쪽빛 입술 붓꽃 되어떨고 있음을 본다. 2024. 8. 21. 나룻배와 행인(行人) -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行人) - 한용운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 갑니다.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 갑니다.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 2024. 8. 21. 가을이 와 - 나태주 가을이 와 - 나태주가을이 와 나뭇잎 떨어지면나무 아래 나는낙엽 부자가을이 와 먹구름 몰리면하늘 아래 나는구름 부자가을이 와 찬바람 불어오면빈 들판에 나는바람 부자부러울 것 없네가진 것 없어도가난할 것 없네. 2024. 8. 21. 그런 사람으로 - 나태주 그런 사람으로 - 나태주그 사람 하나가세상의 전부일 때 있었습니다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가득하고세상이 따뜻하고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빛나던 때 있었습니다나도 때로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기억되고 싶습니다. 2024. 8. 20. 담소 - 나태주 담소 - 나태주조금 늦게 찾아갔음을굳이 후회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혼자 오래 살지 않아도나이 들지 않는 향기로운 고요와어여쁜 고독이 살고 있는 집쉬이 날이 저물고 어두워짐을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구름 흘러 하늘에 몸을 품고강물 흘러 바다에 몸을던지 듯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이야기들오래오래 기다리고 있는 집'내 안의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사람과 맨발로 숲을 걷고 싶다'누군가 많이 외로운 사람 혼자 와서적어놓고 간 글귀외로움은 인간을 병들게 하지만 때로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2024. 8. 20. 詩처럼 살자 - 용혜원 詩처럼 살자 - 용혜원떠나가고 흘러가면 다시는돌아오지 않는 세월미련만 남겨두고 안타까워하지 말고 詩처럼 살자사랑을 노래하고 꿈을 노래하고고통과 아픔을 노래하며한 순간 한 순간 아쉬워만 하지 말고행복하고 즐거워하며 詩처럼 살자꽃 피듯 아름답게 열매 맺는 풍성하게늘 언제나 기억해도 아름다운 추억으로가슴에 남아있도록 詩처럼 살자불타는 열정으로 뜨거운 가슴으로풍성한 마음으로 아름답게 남도록 詩처럼 살자삶을 마음껏 노래할 수 있도록삶을 언어로 그릴 수 있도록삶을 언어로 조각할 수 있도록삶을 시 한 편으로 쓸 수 있는시인이 되어 한 편의 시처럼 살자 2024. 8. 20. 1월 - 용혜원 1월 - 용혜원1월은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새로운 시작으로꿈이 생기고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올해는어떤 일이 일어날까어떤 사람들을 만날까기대감이 많아진다올해는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올해는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올해는먹구름이 몰려와비도 종종 내리지만햇살이 가득한 날들이 많을 것이다올해는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사랑이란 별 하나가슴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2024. 8. 20. 가을이 겨울에게 여름이 봄에게 - 박준 가을이 겨울에게 여름이 봄에게 - 박준철원의 겨울은 무서웠다 그 겨울보다 무서운 것은 감기였고 감기 기운이 침투할 때면 얼마 전 박이병이 공중전화 부스를 붙잡고 흘렸다는 눈물보다 더 말간 콧물이 흘렀다누가 감기에 걸리면 감기 환자를 제외한 소대원 전체가 평생 가본 적도 없는 원산에 탄두 같은 머리를 폭격해야 했다애써 감기를 숨기고 보초라도 나가면 빙점을 넘긴 콧물이 굳어져 코피로 변해 흘렀다 부대 앞 다방 아가씨를 본 것도 아닌데 어린 피가 흰 눈 위에 이유 없이 쏟아졌다철원의 겨울은 무서웠지만 벙커에서 보초를 설 때면 겨울보다 여름이 더 무서웠다 가끔 박쥐들이 천장에 몰래 매달려 있었지만 우리가 무서워한 것은 벽에 스며 있는 핏자국이었다핏자국이 점점 진해진다는 소문도 돌았고 벽에 기대 보초를.. 2024. 8. 20.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9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