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556 돌계단 - 나태주 돌계단 - 나태주네 손을 잡고 돌계단을 오르고 있었지. 돌계단 하나에 석등이 보이고 돌계단 둘에 석탑이 보이고 돌계단 셋에 극락전이 보이고 극락전 뒤에 푸른 산이 다가서고 하늘에는 흰구름이 돛을 달고 마악 떠나가려 하고 있었지 하늘이 보일 때 이미 돌계단은 끝이 나 있었고 내 손에 이끌려 돌계단을 오르던 너는 이미 내 옆에 없었지 훌쩍 하늘로 날아가 흰구름이 되어버린 너! 우리는 모두 흰구름이예요, 흰구름 육신을 벗고 나면 이렇게 가볍게 빛나는 당신이나 저나 흰구름일 뿐이에요 너는 하늘 속에서 나를 보며 어서 오라 손짓하며 웃고 나는 너를 따라갈 수 없어 땅에서 울고 있었지 발을 구르며 땅에 서서 울고만 있었지. 2024. 8. 19. 바닷가 카페에서 바닷가 카페에서바닷가 카페에서커피를 마신다바다에서 치던 파도가어느 사이에 커피 잔에서도파도를 친다커피 한 잔과 함께바다의 파도를 마셔버렸다 2024. 8. 19. 아름다운 사이 - 공광규 아름다운 사이 - 공광규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여요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손톱을 세워 할퀴는 일도 없겠어요손목을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이쪽에서 바람불면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에요 2024. 8. 19. 여름 - 조연호 여름 - 조연호낭떠러지의 여름이다여름마다 여름을 뒤돌아보는 것이 피곤했지나를 그네라고 부르는 그 사람은 머리를 사슬로 감아주자 여름마다 자기를 흔들어도 좋다고 말했다추락하는 여름이다팔다리가 달린 검정과 놀았지만 혼자서 했던 연애나도 허공이었던 것을 너만큼 변심으로 내 발등에 엎지를 줄 안다천박한 짓을, 자아보다 못한 짓을 땀샘과 모공으로 채우며 지금은 덩굴손이 붙잡는 것을 윤회의 크기라고 생각하며 네가 흔든 것을 내가 흔들렸던 것으로 비교하는 멍청한 짓을 하며너를 잊고 있다 2024. 8. 19. 선물 - 나태주 선물 - 나태주하늘 아래 내가 받은가장 커다란 선물은오늘입니다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가장 아름다운 선물은당신입니다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2024. 8. 19. 나목 주변(裸木周邊) - 권일송 나목 주변(裸木周邊) - 권일송저 꽃을 무어라 이름하면 좋을까 어느 날 나의 딸, 그 딸의 이름만큼이나 꼬옥 맘에 앵기는 착한 여운(餘韻)으로 그렇게 지어 불러 보면······그 꽃이 시들어, 철따라 변해 버린 어느 과원(果園)의 문지기에게도 마른 눈물의 회상(回想)이 남아 흐르고 보면·····능금알같이 사람들의 마음이 상냥스런 가을날 저녁 무렵에나, 조심스런 주위의 차가운 샘터에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소녀을 위한 키쓰 하나쯤 더 마련해 둬야 할까. 어째서 이렇게 살갖이 훈훈한 바람 ㅡ이 바람 끝에 걸리는 헤일 수 없는 살짝한 어느 무게같이만 그리운 노래.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전혀 철부지, ㅡ 강아지같이 서로 캥겨 눈도 뜨지 못하게 사랑해 온 철부지, 저기 어둠이 오는 하늘을 손짓하면 .. 2024. 8. 16. 이른 봄 - 나태주 이른 봄 - 나태주나뭇가지에둑길에강물 위에하늘, 구름에수채화 물감으로번지는햇살방글방글배추 속배기로웃는 아가웃음밝은 나라로더 밝은 나라로. 2024. 8. 16. 새로운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 윤동주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2024. 8. 16. 풍선 - 용혜원 풍선 - 용혜원풍선은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하늘 높이 올라세상 구경 실컷 하더니얼마나 좋은지 오간다는 말도 없이간 곳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2024. 8. 16. 떠나와서 - 나태주 떠나와서 - 나태주떠나와서 그리워지는한 강물이 있습니다헤어지고 나서 보고파지는한 사람이 있습니다미루나무 새 잎새 나와바람에 손을 흔들던 봄의 강가눈물 반짝임으로 저물어가는여름날 저녁의 물비늘혹은 겨울 안개 속에 해 떠오르고서걱대는 갈대숲 기슭에벗은 발로 헤엄치는 겨울 철새들헤어지고 나서 보고파지는한 사람이 있습니다떠나와서 그리워지는한 강물이 있습니다. 2024. 8. 16. 사랑 - 안도현 사랑 - 안도현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매미는 아는 것이다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매미는 우는 것이다. 2024. 8. 14. 바람이 붑니다 - 나태주 바람이 붑니다 - 나태주바람이 붑니다창문이 덜컹 됩니다어느 먼 땅에서 누군가 또나를 생각하나 봅니다바람이 붑니다낙엽이 굴러갑니다어느 먼 별에서 누군가 또 나를 슬퍼하나 봅니다춥다는 것은 내가 아직숨 쉬고 있다는 증거외롭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혼자가 아닐 거라는 약속바람이 붑니다창문에 불이 켜집니다어느 먼 하늘 밖에서 누군가 한 사람나를 위해 기도를 챙기고 있나 봅니다. 2024. 8. 14.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9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