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 잔디다방 - 박영희
채석강 다녀오다 언 몸 녹이고 싶거든
곰소에나 한번 들러보게
그곳에 가면 터미널 건너편에
다방 하나가 육십년대 풍경을 하고 있나니
자네가 들어서면 아마
제대로 삭은 조개젓 마담이
얼른 커피 한잔 끓여 내주고는
후라이팬에 안주 볶느라 분주할 걸세
고만고만한 동네 여자들 제다 불러놓고
주방 옆 테이블에 제멋대로 둘러앉아
소주잔 기울여가며 화투장 넘기고 있는 걸 보노라면
자네도 시커먼 커피 내치고
꼽사리 끼고 싶어 안달일걸세
그래도 조심하게나
그 풍경에 넋이 나가 버스 놓친 사람 한둘 아니거든
아, 그리고 잊지 말게나
여기저기 구멍난 소파가 자네에게
뭐라고 뭐라고 수작을 부려올 텐데
그러거든 못 이기는 척 슬쩍 한번 물어는 보게나
하룻밤 묵어갈 여인숙이 어디 없겠느냐고
싱싱하진 않지만 곰소에는
갯바람에 곰삭은 조기새끼가 제법이거든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방에서 대낮에 부는 눈보라를 보았다 - 문태준 (0) | 2023.06.13 |
---|---|
양지다방 - 조창환 (0) | 2023.06.08 |
감포 - 함순례 (0) | 2023.06.08 |
풍경화 - 이동순 (0) | 2023.06.08 |
오양 - 이경호 (0) | 2023.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