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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한 장 - 김숙영
여름이 떠난다고
바람은 호수 위를 물비늘로 걷고 있다.
어쩐 일일까?
물 속에 빠져서도
어두움 건저 올리는 교회 붉은 십자가
반기지 않아도 찾아오는
눈가에 잔주름처럼
깨어진 사금파리로 저며 내는
상처마다 핏자국 흥건히 고이고
아직도 이루지 못한 기도가
거미줄에 걸려 아롱지는데
사물함에 꽂힌 부고 한 장
이름 모르는 묘비 오늘 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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