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부고 한 장 - 김숙영

by 해선 잠보 2024. 9. 26.

부고 한 장 - 김숙영

여름이 떠난다고

바람은 호수 위를 물비늘로 걷고 있다.

어쩐 일일까?

물 속에 빠져서도

어두움 건저 올리는 교회 붉은 십자가

반기지 않아도 찾아오는

눈가에 잔주름처럼

깨어진 사금파리로 저며 내는

상처마다 핏자국 흥건히 고이고

아직도 이루지 못한 기도가

거미줄에 걸려 아롱지는데

사물함에 꽂힌 부고 한 장

이름 모르는 묘비 오늘 또 세운다.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탱고 - 한정원  (0) 2024.09.30
눈물만 납니다 - 김용호  (0) 2024.09.26
또 다른 하늘 아래 - 한정원  (0) 2024.09.26
살구 차 아리랑 - 한정원  (0) 2024.09.26
진안 물안개 아리랑 - 한정원​  (0)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