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글

시시한 비망록 - 공광규

by 해선 잠보 2024. 12. 6.

시시한 비망록 - 공광규

 

​돈이 사랑을 이기는 거리에서

나의 순정은

여전히 걷어차이며 울었다

 

​생활은 계속 나를 속였다

사랑 위해

담을 넘어본 적도 없는 나는

떳떳한 밥 위해 한 번도

서류철을 집어던지지 못했다

 

​생계에 떠밀려

여전히 무딘 낚시대 메고

도심의 황금강에서

요리도 안 되는 회환만

월척처럼 낚았다

 

​자본의 침대에 누워

자존심의 팬티 반쯤 내리고

엉거주춤 몸 팔았다​

항상 부족한 화대로

시골에 용돈 가끔 부치고

술값 두어 번 내고

새로 생긴 여자와 극장 가고

혼기 넘긴 친구들이 관습과 의무에 밀려

조건으로 팔고 사는 결혼식에

열심히 축의금을 냈다

 

​빵이냐 신념이냐 물어오는 친구와

소주 비우며 외로워했다​

나를 떠난 여자 생각하다가

겨울나무로 서서 울기도 했다

 

​지나고 나니 이런,

시시한 비망록이라니.

'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날 - 이시영​​  (0) 2024.12.09
바다 판각 기행 - 문정영  (0) 2024.12.09
가을날 - 이병률  (0) 2024.12.06
닭과 나 - 나희덕  (0) 2024.12.05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 이장욱  (0)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