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556 부고 한 장 - 김숙영 부고 한 장 - 김숙영여름이 떠난다고바람은 호수 위를 물비늘로 걷고 있다.어쩐 일일까?물 속에 빠져서도어두움 건저 올리는 교회 붉은 십자가반기지 않아도 찾아오는눈가에 잔주름처럼깨어진 사금파리로 저며 내는상처마다 핏자국 흥건히 고이고아직도 이루지 못한 기도가거미줄에 걸려 아롱지는데사물함에 꽂힌 부고 한 장이름 모르는 묘비 오늘 또 세운다. 2024. 9. 26. 또 다른 하늘 아래 - 한정원 또 다른 하늘 아래 - 한정원또 다른 하늘 아래임과 나는 별을 먹고 있습니다.또 다른 하늘 아래그리움에 몸 매인 나는 하늘 끝까지또 다른 미움으로 임과 별을 품고있습니다.초겨울 푸른 나무 잿빛 된 언어처럼그렇게 또 다른 하늘 아래임과 나는 별을 먹고 있습니다. 2024. 9. 26. 살구 차 아리랑 - 한정원 살구 차 아리랑 - 한정원귀뚜라미 우는 소리에살구차 한 잔을 입에 축이니가슴이 녹아내린다.사르르 녹는 살구차 한 잔어랑드리 어리아리아랑드리 아리아허아리랑천 년의 숨결이 내 안에다시 찾아오는 듯 하구나. 2024. 9. 26. 진안 물안개 아리랑 - 한정원 진안 물안개 아리랑 - 한정원이른 아침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앞 산 작은 고갯길에 걸친물안개 풀방울 소리랴.커피 한 잔 목에 삼킬 때은은한 커피 향과 어울어진고갯길 물안개내 가슴 흔든다.천 년을 달려온 길임이 있어보랏빛 도라지꽃에임 얼굴 품고 하늘 향해내 생애 다하는 날까지그토록 보고픈 내 임천상의 물안개 꽃으로어랑드리 아리어리어허아리 아리어리아리랑쪽빛 물든 내 눈망울에내 임 품고 살어리진안 산자락에서. 2024. 9. 26. 기쁨 - 나태주 기쁨 - 나태주난초 화분 휘어진이파리 하나가허공에 몸을 기댄다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보듬어 안는다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잔잔한 기쁨의강물이 흐른다. 2024. 9. 25. 그립다 - 나태주 그립다 - 나태주쓸쓸한 사람, 가을에더욱 호젓하다맑은 눈빛, 가을에더욱 그윽하다그대 안경알 너머가을꽃 진 자리무더기 무더기문덕 따뜻하고부드러운 손길그립다. 2024. 9. 25. 가을, 마티재 - 나태주 가을, 마티재 - 나태주산 너머, 산 너머란 말 속에는그리움이 살고 있다그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아리따운 사람, 고운 마을도만날 수 있을 건만 같다강 건너, 강 건너란 말속에는아름다움이 살고 있다그 아름다움을 따라 나서면어여쁜 꽃, 유순한 웃음의 사람도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살기 힘들어 가슴 답답한 날다리 팍팍한 날은 부디산 너머, 산 너머란 말을 외우자강 건너, 강 건너란 말도 외우자그리고서도 안 되거든눈물이 날 때가지 흰구름을오래도록 우러러보자. 2024. 9. 25. 하늘 - 박두진 하늘 - 박두진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2024. 9. 25.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너의 하늘을 보아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가만히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너의 하늘을 보아 2024. 9. 24. 가을편지 1 - 이해인 가을편지 1 - 이해인여름의 폭염 속에단련된 시간잘 익은 나의 인내로가을을 기다렸어요서늘한 바람 안고 하늘을 보면너무 기뻐서가슴에 통증이 일고기침이 나요당신과 함께또 한 번의가을을 보낼 수 있어행복합니다마음이 순해지는 이 가을우리는다시 사랑을 시작해야죠먼대 있는 사람에게도웃음을 날리고용서하기 힘들었던 사람도용서해야지요 2024. 9. 24. 11월 - 나희덕 11월 - 나희덕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은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2024. 9. 24. 10월의 편지 - 목필균 10월의 편지 - 목필균 깊은 밤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편지를 씁니다.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하루가 너무 길었다고회색 도시를 맴돌며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2024. 9. 2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9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