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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돌아 온 아침 - 한정원 나로 돌아 온 아침 - 한정원​깊은 산 속을 밤마다헤매고 또 다른 새벽을맞이할 때마다내 안에 나는 나를 훔친다.여전히 검은 안개그리고 허공에 맴도는 또 다른 내 모습그리움에 나를 밀치듯떠밀며 깊은 늪에서 발을 뺄 때나는 누구인가나는 누구인가내 안에 나를 깊은 새벽에서이른 아침으로 끌어내어내 얼굴을 찾아낸다. 2024. 10. 16.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볼 별이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니라 ​긴 시간이 아니어도 한 세상이니 그대 손길이면 내 가슴을 만져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하리라 내게 그 손을 빌리라 영원히 주라 ​홀로 한쪽 가슴에 그대를 지니고 한쪽 비인 가슴을 거울 삼으리니 패물 같은 사랑들이 지나간 상처에 입술을 대이라 가을이 서럽지 않게······​​ 2024. 10. 16.
농부와 시인 - 김용택 농부와 시인 - 김용택 아버님은풀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집을 지으시고그 집에 살며곡식을 가꾸셨다나는 무엇으로 시를 쓰는가나도 아버지처럼풀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시를 쓰고그 시 속에서 살고 싶다. 2024. 10. 14.
그랬다지요 - 김용택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사는 게 이게 아닌데이러는 동안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꽃이 집니다.그러면서,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그랬다지요 2024. 10. 14.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바로 건너며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이 악물고그까짓 사랑 때문에그까짓 여자 때문에다시는 울지 말자다시는 울지 말자눈물을 감추다가동백꽃 붉게 터지는선운사 뒤안에 가서엉엉 울었다 2024. 10. 14.
나로 돌아 온 아침 - 한정원 나로 돌아 온 아침 - 한정원​깊은 산 속을 밤마다헤매고 또 다른 새벽을맞이할 때마다내 안에 나는 나를 훔친다.여전히 검은 안개그리고 허공에 맴도는 또 다른 내 모습그리움에 나를 밀치듯떠밀며 깊은 늪에서 발을 뺄 때나는 누구인가나는 누구인가내 안에 나를 깊은 새벽에서이른 아침으로 끌어내어내 얼굴을 찾아낸다. 2024. 10. 11.
10월 - 오세영 ​​​ 10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하나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2024. 10. 10.
가을 - 김현승 ​​​ 가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2024. 10. 10.
10월 엽서 - 이해인​ 10월 엽서 - 이해인​​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2024. 10. 10.
고향에 머문 꽃 - 한정원 고향에 머문 꽃 - 한정원​한 떨기 꽃으로당신을 그립니다.고향을 그리며당신이 보고파서밤새 눈물로 뜬 눈 새우며임을 기다립니다.오늘도 내일도 몇 년 전처럼고향에 머문 꽃 되려 합니다. 2024. 10. 8.
강물 - 천상병 강물 - 천상병​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언덕에 서서내가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밤새언덕에 서서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그 까닭만은 아니다​언덕에 서서내가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2024. 10. 7.
가을, 마티재 - 나태주 가을, 마티재 - 나태주 ​산 너머, 산 너머란 말 속에는그리움이 살고 있다그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아리따운 사람, 고운 마을도만날 수 있을 건만 같다​강 건너, 강 건너란 말속에는아름다움이 살고 있다그 아름다움을 따라 나서면어여쁜 꽃, 유순한 웃음의 사람도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살기 힘들어 가슴 답답한 날다리 팍팍한 날은 부디산 너머, 산 너머란 말을 외우자강 건너, 강 건너란 말도 외우자​그리고서도 안 되거든눈물이 날 때가지 흰구름을오래도록 우러러보자. 2024.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