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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한 - 나태주​​ 가을 서한 - 나태주​​1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종이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2새로 국화잎새 따다 수놓아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들어오는 저승의 햇살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양식.​3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꽃씨 몇 옴큼,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소리,​4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우트 자락에 날리는 바람때묻은 와이셔츠 깃​가을은 가고 남은 건 그대 만나러 가는 골목길에서의 내 휘파람 소리​첫눈 내리는 날에 켜질 그대 창문의 등불 빛한 초롱.​ 2024. 9. 23.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할머니의 가엾어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2024. 9. 23.
막버스 - 박용래 막버스 - 박용래​내리는 사람만 있고 오르는 이 하나 없는 보름 장날 막버스 차창 밖 꽂히는 기러기떼, 기러기뗄 보아라 아 어느 강마을 장관(殘光) 부신 그곳에 떨어지는가. 2024. 9. 23.
갈대 - 신경림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2024. 9. 23.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임께서 부르시면······ 2024. 9. 20.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그 한 잎의 마음,그 한 잎의 영혼,그 한 잎의 눈,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여자만을 가진 여자,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눈물 같은 여자,슬픔 같은 여자,병신 같은 여자,시집 같은 여자,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2024. 9. 20.
낙화 - 조지훈 낙화 - 조지훈​꽃이 지기로서니바람을 탓하랴 주렴 박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 2024. 9. 20.
귀천(歸天) - 천상병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블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2024. 9. 20.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오-매 단풍 들것네'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오-매 단풍 들것네.'​​추석이 내일모래 기둘리니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매 단풍 들것네.'​ 2024. 9. 20.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2024. 9. 19.
갈대 - 신경림 갈대 - 신경림​​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2024. 9. 19.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임께서 부르시면······ 2024. 9. 19.